서정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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심장길 제작기 — 수술대에서 앱스토어까지

#심장길#사이드프로젝트#디자인엔지니어링

이 앱을 만든 이유

2025년 12월 30일, 나는 대동맥근부확장(7.5cm) 수술을 받았다. 2026년 새해는 병원 침대에서 맞이했다.

수술 전 가장 힘들었던 건 통증이 아니었다. 뭘 해야 하는지 몰라서 오는 막막함이었다. 언제 무슨 검사를 받는지, 입원 전엔 뭘 챙기는지, 수술 뒤 어떤 증상이면 응급실에 가야 하는지.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정보는 조각조각 흩어져 있었고, 정작 필요한 순서대로 정리해 둔 곳은 없었다.

퇴원하고 나서도 같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. 그때 이런 앱이 하나 있었다면 어땠을까.

그래서 만들기로 했다. 16년 동안 남이 쓸 제품을 설계해 왔는데, 이번엔 내가 가장 절실했던 걸 내 손으로 만들었다.

무엇이 힘들었나

같은 병을 겪는 환자와 가족이 힘들어하는 지점은 비슷하다.

전체 그림이 안 보인다. 발견 → 진단 → 준비 → 수술 → 회복. 단계마다 할 일이 다른데, 지금 내가 어디쯤이고 다음엔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데가 없다.

자꾸 빠뜨린다. 수술 전날 금식, 입원 당일 챙길 것, 퇴원 후 먹어야 하는 약. 정신없을 때 하나씩 놓친다.

혼자인 것 같다. 같은 병을 지나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, 그럴 곳이 마땅치 않다.

어떤 기능을 넣었나

여정 타임라인. 발견부터 회복까지 전체 흐름을 한 화면에 보여준다. 지금 단계를 정해 두면 그 시점에 맞는 정보와 할 일이 차례로 나온다.

단계별 체크리스트. "수술 2주 전까지 받아야 할 검사"처럼 시점에 맞는 목록이 자동으로 뜬다. 끝낸 건 체크해서 지워 나간다.

건강 기록과 리포트. 혈압, 맥박, 체중, 약 먹은 기록을 매일 남기면, 외래 갈 때 의사에게 그대로 보여줄 리포트가 된다. 기억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.

응급 의료카드. 수술 이력, 먹는 약, 비상 연락처를 한 화면에. 말하기 힘든 상황에서 의료진에게 바로 보여줄 수 있다.

직접 만들면서

이 앱은 화면 설계부터 실제 동작까지 처음으로 끝까지 붙잡아 본 프로젝트다.

그동안은 화면을 그려서 넘기면 거기서 내 일이 끝났다. 이번엔 그 화면이 진짜로 움직이게 만드는 데까지 들어갔다. 막히는 부분은 AI의 도움을 받았고, 디자이너도 코드 쪽으로 한 발 더 갈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알았다.

개발자가 되려는 건 아니다. 내가 그린 게 실제로 되는 건지 직접 확인하고, 안 되면 빨리 고쳐 보는 정도면 된다.

지금

심장길은 우선 웹으로 공개했고, 앱스토어 출시는 준비 중이다.

heart-way.life →

나처럼 막막했던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.